(7월 17일 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일본판 신문 기사 내용이다.)
흰머리의 원인은 100% 노화가 아니다
과학은 아직 노화 현상을 늦추거나 되돌리는 데 효과가 있는 방법을 모두 발견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흰머리를 염색하는 사람이 많다. 흰머리를 가려주고 숨겨주는 것 자체가 거액의 상품이 되고 있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왜 하얗게 변해가는 것일까. 과학은 언젠가 흰머리를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우리의 모낭 속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낭은 머리카락에 색소가 붙는 곳으로, 많은 이들에게 색소의 줄어듦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흰머리와 관련된 '멜라노사이트'라는 세포는 머리카락과 피부, 그리고 눈의 색소인 멜라닌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멜라노사이트의 유일한 기능은 색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머리카락이 자라는 과정에서 모간에 색소를 붙게 한다. 머리카락의 색깔은 피부색과 마찬가지로 햇빛에 대한 신체의 보호 기능으로 진화했다고 추측한다. 머리카락의 색이 진화한 원래 이유는 단순할지라도, 그 배후에는 복잡한 과학적 배경이 있다. 거기에는 100개 이상의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으며, 머리카락의 색깔은 최대 99%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흰머리가 되는 과정
머리에서 자라는 머리카락 하나하나는 다음 네 단계의 성장 주기 중 어느 한 단계에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모낭에서 모모 세포(탈모를 막고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포)가 성장하는 성장기로 수년에 걸쳐 지속된다. 두 번째 단계인 퇴행기에는 성장의 속도가 완만해지고, 머리카락이 모낭으로부터 멀어진다. 세 번째 단계인 휴지기는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모낭이 기존의 머리카락을 방출할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인 배출기에는 머리카락이 두피에서 빠진다. 빠지는 숫자는 하루에 수십 개, 때로는 수백 개에 이른다. 이 재생의 사이클은 늘 계속되고 있으며, 하나하나의 모낭이 독립적인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다.
머리에 색소가 붙는 시기는 성장기이다. 모발 주기가 시작되면 모낭의 모구 부분에 있는 줄기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생성하고 멜라닌 세포가 염료를 만들어낸다. 멜라노사이트는 모발 주기의 종료 시점에 사멸하고 줄기세포로부터 새로운 멜라노사이트가 생성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며 멜라노사이트는 힘을 잃고 색소를 만드는 양이 줄어들다가 결국은 전혀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멜라노사이트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줄기세포의 수도 감소하고 줄기세포가 없어지면 다음 모발 주기에서 멜라노사이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는 현상
흰머리로의 변화는 모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단 모낭에서 자란 머리카락의 색소를 바꾸는 방법은 없다. 한편, 스트레스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된다고 하는 속설의 기초가 되는 현상도 존재한다. 이것은 '휴지기 탈모증'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스트레스 등에 의해 휴지기의 머리카락이 증가하는 탓에, 이전보다 탈모가 증가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그리고 남겨진 머리카락이 이전보다 눈에 띄는 것으로, 이미 나 있던 흰머리가 눈에 띄게 된다.
흰머리의 다양한 원인
멜라노사이트의 활력을 잃게 하는 요인은 나이뿐이 아니다. 유전자도 색소의 감소에 관여하며, 머리카락이 하얘지는 연령은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백인은 흑인과 비교하면 최대 10년이나 빨리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고 해리스 씨는 지적한다. "일부 환경적인 요인은 빨리 흰머리로 바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흡연, 자외선, 특정 영양의 부족, 대기 오염, 과도한 음주는 모두 조기 백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전신에 종양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인 신경 섬유종증이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병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백반이라 불리는 질병이나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소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질환인 글리세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될 수 있다.
백발에 대한 인식 차이
머리카락 색깔의 의미와 다양한 머리 색에 대한 인간의 취향은 인간의 생식 본능과도 관련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찬반양론이 있지만, 남성은 금발 같은 희귀한 머리색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고 생각되며, 또한 남녀 모두 머리 색깔을 건강과 연령의 지표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인다. 좋든 나쁘든 흰머리는 나이를 연상시켜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는 눈에 큰 영향을 미친다. 50세까지 머리카락의 절반 이상이 흰머리가 되는 사람은 세계에서 최대 23%에 이르는데도 백발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또 백발의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사회의 인식이 다른 경우가 있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품과 매력이 늘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흰머리의 기품 있고 매력적인 배우의 이름을 따서 '조지 클루니 효과'라고 불리고 있다. 반면 여성은 백발이 눈에 띄는 것에 대한 편견에 노출되기 쉽고, 미국에서는 최대 75%의 여성이 머리카락을 염색하여 백발을 숨기고 있다.
2022년도 학술지 'Journal of Women & Aging'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여성은 흰머리에 의해 보이는 지혜와 능력, 더 나아가 본래의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하여 나이가 들어도 주름이나 백발이 늘지 않을 거라는 사회적인 기대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외형을 젋어 보이게 하는 노력을 멈춘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녀들은 헤어스타일, 화장, 의상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고자 함을 알았다고 한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유능'하고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결국 머리카락을 염색하지 않더라도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것만큼 시간과 돈을 쓰며 노력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언젠가는 흰머리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서 연구하고 있는 해리스 씨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면역 반응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견을 했고, 현재는 줄기세포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리스 씨의 연구는 그러한 줄기세포가 실험실에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는 또 다른 연구에 근거한다. 이 밖에도 면역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 중에서 다시 색소 침착이 일어나 머리카락의 색이 되돌아온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연구도 있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면역계의 작용을 억제하는 'PD-L1 불리는 단백질이 아닐까 생각된다. 'PD-L1'은 멜라노사이트를 만드는 활발한 상태의 줄기세포와 비교하면 휴면 상태에 있는 줄기세포에서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 "이 단백질은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해리스 씨는 말한다. 흰머리에 대한 연구는 미용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머리카락에 색소가 붙는 과정에는 우리 몸이 노화, 스트레스 등의 환경 요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간의 건강 전체에 있어 더 넓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흰머리를 되돌리는 방법의 발견이 더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의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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