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의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마다 그 장면들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경이롭고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고 더 나아가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대한민국에 살면서 실제 토네이도를 맞닥뜨릴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13일 자 GIZMODO 신문 기사를 보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목숨을 잃더라도) 이 토네이도 현상을 내 눈에 직접 담고 촬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Tornado Tourism', 즉 토네이도 투어라는 용어가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폭풍 추적을 생업으로 하는 기업인 '스톰 체이서'가 있다. 이 기업에는 기상학 학위 소유자도 있으며, 기상 레이더를 탑재한 상자형 자동차 1대 당 다섯 명에서 일곱 명 정도의 관광객을 태워 최대 스무 명 정도의 그룹으로 토네이도를 쫓는다고 한다. 이 투어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진행되며 총이동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토네이도 또는 격렬한 뇌우를 직접 보는 이 자동차 여행은 당연히 100% 안전하지 않다.
참가자는 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위험이 명시된 면책 동의서에 서명하게 된다.
투어 첫 번째 날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탑승객 전원이 빠르게 차에서 내리는 법을 알려 주고 혹 차가 뒤집혔을 때의 대처법까지 알려준다고 한다. (더 세세하게 대처법을 배워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만큼 토네이도의 가까이에 가지는 않고 적당한 거리를 지킨다. 가까이에 다가갔다가는 토네이도 투어가 아닌 천국행 투어가 되어버릴 것이다. 미국 국립 기상국도 폭풍을 추적하는 토네이도 투어에 대해 공식 사이트에서 "공공의 안전 확보와 연구 목적 이외에 어떠한 이유라도 위험한 추적 행위를 권하지 않습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스스로, 개인적으로 토네이도를 관찰하기보다는 이러한 투어에 참여하여 추적하기를 권하기도 한다.
토네이도 추적 투어의 하루는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투어 참가자들은 토네이도나 슈퍼셀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위험이 없음을 수시로 확인하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다. 계속해서 다음 장소나 다른 폭풍을 찾아 이동을 반복한다. 도망갈 퇴로를 항상 확보하면서 토네이도를 쫓는다. 이 일은 아마추어는 할 수 없으며 프로들만 할 수 있다. 하루가 끝나면 호텔에 숙박하고 다음 날 스톰 체이서가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예측되는 지역을 찾아 계속해서 수백 킬로미터의 여행을 이어간다. 여행 거리가 긴 만큼 이동하는 중에 대표적인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는 투어도 있다고 하며, 도시나 해외에서 참가한 이들은 미국의 시골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투어 가격은 7일간의 일정일 경우 2,950 달러로 한화로 약 410만원 정도이고, 10일간의 일정일 경우 4,190 달러로 한화로 약 580만원 정도이다. (호텔 숙박료는 포함이다) 2025년에도 4월부터 6월에 해당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숙박료가 포함이라고 해도 토네이도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나, 만났을 때 100% 안전한가에 대한 보장도 확실하지 않다. 불확실과 위험성을 생각하면 이 투어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는 않은 것 같다. 또 이 투어에는 숙박료 이외에도 매일 아침 이루어지는 기상예보사와의 미팅 참가권, 사진과 영상 촬영에 대한 조언 받기, 촬영팀이 기록한 사진과 영상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권한, 오리지널 티셔츠 제공 등의 혜택이 포함된다. 2025년까지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 취소하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토네이도 추적 투어에 참가하는 이들 중 해외에서 오는 참가자는 삼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정도라고 한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토네이도는 해외에서는 존재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방문객들의 수가 꽤 되는 편이다. 또, 미국은 도로망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어디에라도 갈 수 있는 이점도 이 투어를 가능케 하는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기상 데이터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수평선이 쫙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까지 투어 중에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다. 독일의 한 참가자는 "같은 조건이 갖추어져도 독일에서는 절대로 이런 투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다.
위험이나 스릴을 즐기는 사람,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토네이도 투어도 한 번 고려해 볼 만한 것 같다.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일 것 같지만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싶다. (집순이이자 놀이공원에 난도 높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싫어하는 나에게는 그저 이런 투어가 존재해서 신기함을 느끼는 데서 끝이다) 우리가 간혹 매체에서 볼 수 있는 토네이도 실제 사진이나 영상이 이 투어에 참가한 프로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겠구나 추측된다. 자연이 만들어 낸 놀라운 기상현상을 눈앞에서 직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 끝자락에 찾아오는 태풍이나 드문드문 발생하는 지진을 마주하다 보면 약하디약한 인간으로서 공허함이나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 삶을 갉아먹고 있던 세세한 문젯거리들이 정말 별 게 아니구나 훌훌 털어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위험과 각종 비용들을 감수하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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