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물고기, 하수, 사체를 섞은 악취가 나는 꽃, 쇼쿠다이오오콘냑의 개화
7월 8일 미야자키현의 식물원인 '미야코 보타닉 가든 아오시마'에서 쇼쿠다이오오콘냑이 개화하여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크기의 꽃이라는 점도 특징 중 하나이지만, 영어 이름이 'corpse flower(시체꽃)'인 것처럼, 썩은 생선, 하수, 사체를 섞은 것 같은 강렬한 악취를 내는 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수분을 흡수하고 벌레를 끌어들이기 위해 풍기는 악취는 관광객들도 끌어당기는 매력이 대단하다. 쇼쿠다이오오콘냑은 인기가 높고 이 냄새를 꼭 맡아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악취에 대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쇼쿠다이오오콘냑을 직접 보고 악취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꽤 많다. 각 지역의 식물원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투어 전시품 목록에 추가하고 있다. 그리고 길면 10년에 한 번꼴로 개화하고 개화한 이후에도 36시간 이내에 시들기 때문에 이 꽃을 위해 식물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양의 꽃을 개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쇼쿠다이오오콘냑의 꽃 냄새를 직접 맡고 싶은 걸까. 대체로 실제 이 꽃을 접한 반응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가지만 금세 주저하며 한숨을 쉬고 싫은 표정을 내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머물렀던 것을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처럼 불쾌한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 '양성 마조히즘'이라는 명칭이 붙여져 있다. 심리학자 폴 로진 씨는 2013년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로진 씨의 연구팀은 어떻게 생각해 봐도 즐거울 수 없는 것인데 즐겁게 여겨지는 행동 29종류를 찾아냈다. 공포 영화를 보고, 고추처럼 입안이 불타는 듯 매운 음식을 먹고, 큰 고통을 주는 마사지를 받는 등의 일반적인 행동도 있고 여드름을 짜고, 인체 표본을 보는 등 불쾌한 정도가 높은 행동도 있다. 이러한 체험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은 '안전한 위협'이다. "가장 좋은 예시는 롤러코스터일 것입니다."라고 로진 씨는 말한다. "당신은 롤러코스터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몸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거기에서 쾌감이 발생합니다." 쇼쿠다이오오콘냑의 냄새를 맡는 것도 비슷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로진 씨는 덧붙인다.
혐오감의 심리학
스릴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이 전쟁놀이하는 것과 같다고 영국 런던대학에서 혐오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발레리 커티스 씨가 2015년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서 말했다. "'놀이'는 인간(및 대부분의 포유류, 특히 어린이)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시체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꽃 냄새를 맡는 것도 같은 감정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커티스 씨는 말한다. "시체의 냄새를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은, 장래에 시체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자신이 반응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기 떄문입니다."
우리의 혐오감에는 더 큰 목적도 있다. 커티스 씨는 자신의 저서 'Don't Look, Don't Touch, Don't Eat(보지 말라, 만지지 말라, 먹지 말라)'에서 혐오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보편적으로 혐오를 느끼게 하는 것은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패하는 시체) 사람은 보통 자신의 방귀 냄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방귀 냄새는 못 참지만) 혐오감이란,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자신이 더러울 때는 느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향기의 화합물에도 다른 반응을 일으킨다. 조향사라면 잘 알 텐데 향료 중에는 소량을 사용한 경우에만 사람들이 좋은 향기로 느끼는 종류의 향료가 있다. 예를 들어, 사향은 향수의 베이스 노트로 많이 쓰이는 향기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불쾌하게 느껴지는 향이다. 또 향수에 플로랄 계의 향기를 더하는 인돌이라는 향료는 고농도에서는 대변과 비슷한 냄새로 느껴진다고 한다.
쇼쿠다이오오콘냑 향이 나는 향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만들 수도 없다. 쇼크다이오콘냑의 악취는 인돌과 달콤한 향기가 나는 벤질알코올, 썩은 생선에서 발생하는 트라이메틸아민의 모음이다. 문제는 그 조합이다. 여기에 조향법으로 프랑스의 화학자 로만 카이저가 1970년도에 개발한 헤드 스페이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꽃향기를 유리병에 가두어 분자 비율을 조사해 재현하는 방법이다. 단, 쇼쿠다이오오콘냑이 들어갈 정도로 큰 유리병이 있다면 말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
불쾌한 냄새를 맡으려는 이유는 그 밖에도 존재한다. 그것은 뇌 깊숙이 숨어있는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방금 깎은 잔디 냄새에서 어린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담배 연기 냄새에 할머니는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냄새는 기억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감각이라고 한다. 이 현상에는 '프루스트 효과'라는 이름도 붙어 있다. 프랑스의 문호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 속에 홍차를 넣어 구운 마들렌의 향기가 화자인 '나'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한 구절에서 유래하는 명칭이다. 뇌에는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각 구라는 영역이 있다. 이것은 기억에 관련된 해마와 감정에 관련된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다. 프루스트 효과란, 이 후각 구가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가 아닐지 뇌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냄새와 기억의 연관관계를 나타내는 실험도 있다. 2011년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한 연구자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냄새는 소리보다 선명하게 기억을 부활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특히 괴로운 기억일수록 두드러졌다.
또 학술지 'Brain Sciences'가 2016년에 게재한 논문에는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는 냄새에는 긍정적인 기분을 일으키고 스트레스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므로 때때로 쇼쿠다이오오콘냑의 악취를 맡기 위해 식물원을 찾았던 즐거운 추억을 냄새와 연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장의 그림은 천 마디 말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냄새는 기억을 평생 머물게 해주기 때문이다.
(7월 16일 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일본판 신문 기사 내용이다.)
2024.08.01 - [뭐든지 알아보기] - 이공계 대학원생의 나고야시 과학관 특별전 '독' 체험 보고서
2024.07.10 - [뭐든지 알아보기] - 미국의 토네이도 관광투어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뭐든지 알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이 알려주는 모기 퇴치법 (0) | 2024.07.26 |
---|---|
하마가 공중에 떠 있는 순간 (0) | 2024.07.24 |
나이와 무관하게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0) | 2024.07.20 |
로마인들의 관리법 : 네일케어, 제모, 목욕 도구, 귀이개 (0) | 2024.07.19 |
수면과 학습의 관계/ 자고 있는 동안 레벨업까지? (0) | 2024.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