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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학습의 관계/ 자고 있는 동안 레벨업까지?

by 킴단단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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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글이다. 

 



수면 중에는 휴식 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 타격을 받은 세포의 회복과 대사나 혈액 순환의 안정화 등 다양한 심신 기능의 조정이 이루어진다. 수면과 뇌 기능의 관계에 대해서 흥미로운 발견들이 계속되고 있다. 수면이 기분을 안정시키거나 뇌 안의 노폐물 배출을 촉구하는 작용을 하는 등 정신 건강의 유지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10년 이상 뇌과학계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영역이 수면에 의한 기억의 고정(memory consolidation)이다. 

기억 고정이란, 학습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에 두는 신경 기능을 가리키는 말로, 학습한 후의 수면 중에 이 고정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예로, 규칙이 없는 단어의 조합이나 숫자의 열을 기억하는 과제에 임한 후 일단 잠을 자고 나서 시험을 치는 것이, 같은 시간 깨어 있었을 때보다 성적이 좋았다. 수면에 의한 기억 고정은, 숫자나 단어, 생활 속 일화와 같은 말로 설명 가능한 '선언적 기억'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는 법이나 손가락을 사용한 악기 연주법 등 몸으로 기억하는 '절차 기억'에서도 발휘된다. 예를 들어서, 피아노 치는 손가락을 모방해 왼손의 손가락으로 키보드에서 한 번에 둘 이상의 키를 지정된 순서에 따라 누르는 훈련을 하면, 서서히 빠르고 정확하게 누를 수 있게 되어, 일정 시간 동안에 누를 수 있는 키의 수는 점점 증가한다. 하루 중에 훈련을 계속해도 어느 정도 향상 후에는 성장 속도가 더뎌지지만, 하룻밤 자고 다음 날 훈련을 재개하면 전날의 최종 도달 레벨에서 훈련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한 단계 성장하여 누르는 기술이 향상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 또한 수면에 의한 절차 기억의 고정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렘수면, 논렘수면 등 어느 수면 단계가 기억의 고정에 공헌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수면에 들어간 직후 서파 수면(깊은 논렘수면)이나 수면 후반의 렘수면, 얕은 논렘수면 등이 기억의 고정에 공헌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지만, 선언적 기억이나 수속 기억 등 기억의 종류에 따라서 관련된 수면 단계와 수면의 양도 다르다는 보고가 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슈팅 게임처럼 움직이는 표적을 추적하는 기술의 습득에는 그것과 관련된 대뇌 피질의 영역(두정엽)에 출현하는 서파 수면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도 드러났다. 즉, 뇌 전체의 수면이 아니라, 특정한 뇌 영역의 수면 (일명 국소 수면)이 그 부위가 맡고 있는 기능의 향상에 공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렘수면, 논렘수면과 같은 수면 구조 뿐만 아니라 특정 주파수와 진폭의 수면 뇌파 등 미세한 수면 특성도 기억 고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예로, 논 렘수면시의 뇌파에서 보이는 주파수 12에서 14헤르츠의 수면 방추파도 기억에 관여한다. 수면 방추파는 감각 정보의 중계로라 할 수 있는 시상과 정보의 접시라고 할 수 있는 대뇌피질 사이에서 생성되는 뇌파이다. 수면 방추파는 대뇌에 전달하는 정보량을 조절하고 사물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기능과 관련돼 있다. 일부 정신질환은 수면방추파의 주파수나 진폭이 저하되는 이상이 인정되고, 그 장애의 정도와 기억력과의 관계성도 인정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수면제가 수면방추파를 증가시키는 것과 함께 기억의 고정을 촉진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수면방추파와 기억과의 관계를 시사하는 증거로 주목받기도 했다. 또, 기억에 중요한 뇌 부위라고 할 수 있는 해마에서는, 서파 수면 시 100에서 200헤르츠의 리플 파가 1헤르츠 전후의 큰 진폭의 예파와 함께 출현하여 '해마 예파 리플'이라고 불린다. 각성 중에 뭔가를 배우면 거기에 해당하는 신경 활동 패턴이 해마에 새겨지지만, 수면 중에 그 패턴을 '재생'함으로 신경 회로가 더욱 확고해진다. 그 때에 해마예파리플이 동시에 출현하기에 기억 고정에 중요한 뇌파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 외에 렘 수면 시 '뇌간 다리'에서 발생하여 '외측 무릎 상체', '대뇌피질의 후두엽'으로 전해지는 'PGO파' 등이 기억의 고정에 관여하는 것도 밝혀졌다. PGO파의 경로는 시각 정보의 경로와 비슷해서 꿈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설이 등장했다. DNA의 나선 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클릭은  PGO파가 불필요한 기억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후의 연구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수면장애와 병행하여 나타나는 조현병은 앞서 설명한 선언적 기억과 절차 기억의 장애도 나타난다. 키보드를 누르는 탭 훈련을 실시해도 수면 후의 기억 고정이 보이지 않고 전날의 기술 향상과 같은 정도에 머무르는 상태가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수면방추파의 양이 적은 환자일수록 절차 기억에 의한 기능 향상이 부족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수면 구조의 이상과 기억장애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현병 외에 양극성 장애, 조울증, 우울증, 신경발달증 등에서도 확인되었다. 수면장애가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인지기능 전반에 다다른다. 인지기능이란 말 그대로 주위의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물건에 주의를 기울여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기억하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요소로 나뉜다. 인지 기능은 단일 기능이 아니며 여러 영역으로 나뉘며 각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 또한 다르다. 
수면 장애는 기억 이외에도 복수의 인지 도메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환자의 생활 기능을 저하함을 드러내는 연구가 늘고 있다. 푹 자고, 건강하게 깰 수 있게 되면 정신 질환에도 개선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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