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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책으로 배우기

제주도 풍경 따라 그리기, <하루 한 장 아이패드 드로잉>

by 킴단단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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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의 추억

제주도를 지금까지 세 번 가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애매모호한 표현이지만 엄마가 되기 전 저의 기억력이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라면 지금은 20점도 주기가 힘든 수준이랍니다.)

처음 제주도 여행은 중학교 3학년 때 교회 중등부 강도사님과 친구들이 함께 갔던 자전거 하이킹이었습니다. 자전거도 탈 줄 모르면서 제주도 한 바퀴를 도는 일주일 짜리 하이킹에 무모하게 참석했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으로선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첫째 날 비틀대며 자전거를 타다가 지나가는 행인의 옷에 흙탕물도 튀게 하고 같은 팀원들이 저 때문에 빨리 가지 못하고 늦게 가는 등 민폐란 민폐는 잔뜩 끼쳤습니다. 다행히 그다음 날부터는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어 제주도를 날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왜 그랬을까요? 부끄러우면서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첫 기억입니다.

두 번째 제주도 여행은 결혼 전 엄마와 이모와 함께 떠났던 2박 3일의 짤막한 여행이었습니다. 일평생 비행기 한 번 못 타봤다는 우리 엄마와 계획했던 제대로 된 첫 여행이었는데 하필 그날 부산에는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져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일부 잠기기까지 했고 외할머니와 남동생이 엄청난 고생을 했었습니다. 할머니가 걱정되어 여행 내내 마음이 편할 수 없었습니다. 중간에 돌아갈 수도 없어 2박 3일 간 부지런히 다녔던 여행이었지만 마음은 할머니를 향해 있었던 반쪽자리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로 엄마와의 다음 여행은 꿈꿀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던,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세월이 감에 따라 더 이상 보호자인 할머니가 아니라 나와 엄마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할머니임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제주도 여행은 첫째 임신 8개월 때 만삭 여행으로 신랑과 다녀왔던 여행입니다. 주구장창 먹으러 다녔던 식도락 여행이자 예쁜 카페에서 만삭 사진을 건져왔던 가성비 갑의 여행이었습니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만삭의 몸으로 남편과 맛집을 찾아다녔던 그 기억이 지금 떠올려도 더위가 느껴지는 듯한 생생한 기억입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떠올릴 추억도 하나 사라졌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 정말 그리운 그 시절, 그래도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언젠가는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겠지요? 더디지만 꼭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제주도 풍경을 따라 그려보며 지난 여행의 추억에 푹 잠겼던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여행을 다녀온 후 그림으로 남긴다면 더 의미 있겠구나, 기억에 오래오래 남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지겨운 코로나가 끝이 나고 가족여행을 떠나 틈틈이 아이패드로 여행의 기억을 그림으로 남기는 제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제주도 풍경 그리기

예제 그림을 보면 단순하고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딱 봐도 제주도의 느낌이 나는게 참 신기합니다. 푸른 바다, 여유로운 풍경, 초원 위 목장, 그리고 유채꽃을 연상시키는 노란 꽃까지 더해지니 그런 것 같습니다. 보담 작가님의 그림은 보기에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 색감이 따뜻해서 더 좋습니다.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그런 그림, 저도 제 힘으로 그려볼 날을 기대하며 차근차근 배울 겁니다.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옮긴 그림이라 그리기 간단해보이지만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그림이었습니다. 프로크리에이트 앱에서 레이어를 적절히 활용하는 법은 예제를 따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수정이 쉬우니 그림을 망칠 일이 없는 것도 참 편합니다. 디지털 드로잉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가고 있습니다.

책 속 예제를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그리고 싶었으나 마음같이 그려지진 않았습니다. 눈으로 볼 땐 잘 모르다가도 직접 그려보면 작가님의 내공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얇은 선 하나도 그저 그려지는 게 아니더군요. 

 

내일부터는 유일하게 사진이 남아있는 두번째 제주도 여행의 추억을 아이패드로 그려보기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이라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장 남아있는 사진들 중에 내 실력으로 그릴 수 있는 사진이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정 안되면 또 참고 사진을 찾아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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