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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책으로 배우기

상실의 기술 배우기, <회복력 수업>

by 킴단단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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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영원한 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


아주 오랫동안 상실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애써왔던 것 같습니다.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느껴지면 아예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는다거나 잃어도 크게 타격이 없을 것 같을 때 내가 먼저 손을 놓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순간을 모두 피할 수는 없고, 오히ㅕ려 수없이 마주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상실을 무수히 겪고 나니 그제야 어렴풋이 알겠더라고요. 상실을 마주할 때 겪는 고통을 없이할 순 없지만 분명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일명 상실의 기술로 말입니다.

상실의 기술을 배우는 것, 누구에게나 유익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실을 마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라고 해서 배우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 어떤 기술보다 익히기 쉽다는 사실이 굉장히 희망적입니다.

 

상실의 기술 하나! 슬픔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내가 잃은 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슬퍼해도 되는 걸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야.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


이 예문을 책 속에서 읽으며 '어? 이거 나잖아!' 했습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찾아올 때마다 내 마음 속에서 곧잘 들려오는 소리들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의 소리는 혼자 오지 않고 죄책감을 같이 데리고 옵니다. 너보다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슬픔을 삭히라고 나에게 종용하곤 했습니다. 이미 슬픈데, 충분히 슬픈데 죄책감까지 더해져서 고통이 몇 배로 가중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류페이쉬안 교수는 "슬픔은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슬픔으로 인한 고통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과 충분한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슬픔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10~15분 정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도 좋고 믿을 수 있는 친구나 심리상담가에게 이야기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된다고 조언합니다.

저를 키워주시고 쭉 함께 살아왔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만 3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당시의 저는 다행히도 상실의 기술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였습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첫째 아이를 케어하며 문득문득 할머니가 떠오를 때마다 할머니에게 말을 걸며 실컷 울곤 했습니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질 때는 앨범을 뒤져가며 수시로 할머니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할머니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 때문에 후회가 몰려올 때는 일기장을 펴서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잔뜩 남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마음껏 슬퍼하는 게 가장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슬픔을 계속해서 흘려보냈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할머니가 생각이 날 때에 슬픔의 감정은 함께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상실의 기술 중 하나였구나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습니다.

 

상실의 기술 둘! 기쁨과 즐거움의 공간을 허용하기

세상이 상실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하며 스스로에게 잠시 휴식을 허락하라. 기쁨과 감사함이 슬픔을 위한 공간을 빼앗아가지는 않는다.


위 글을 읽었을 때 바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가족의 죽음과 같은 나의 세상을 슬픔으로 뒤덮어도 모자람이 없을 사건 앞에 즐거운 휴식을 허락하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으셨나요? 그러한 의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슬픔 등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그래서 슬픔을 애도할 때는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 감사함 등 여러 감정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두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기뻐해도 되나 생각하지 마세요. 내 앞에 주어진 삶을 돌아보며 감사해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쁨을 회복하세요. 기쁨과 감사함이 슬픔의 공간을 빼앗지 않는다는 걸 직접 느껴보는 게 이 기술을 익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랍니다.



 

상실의 기술을 배우는 건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언젠가는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영화 <스틸 앨리스> 에서 인용된 엘리자베스 비숍의 시)

 

<스틸 앨리스>라는 영화 제목은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지만 어떤 내용을 다루는 영화인지는 몰랐습니다. 책 속에 소개된 <스틸 앨리스> 영화를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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